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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잘.알의 조언 #2 : 쪽프레스, 비공식 출판공방 편

수많은 이야기와 생각이 서로 다르듯, 이를 담기 위한 가장 최적의 형태도 저마다 다르지 않을까요. 텀블벅에는 각 이야기의 형태에 가장 걸맞은 그릇 모양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창작자가 모입니다. '한쪽'짜리 책을 만들기 위해 처음 텀블벅을 찾은 쪽프레스 창작자와 '천 페이지'가 넘는 책을 만들기 위해 처음 텀블벅을 찾은 비공식 출판공방 창작자가 그렇습니다.
이번 텀잘알의 조언#2는 이들의 첫 펀딩은 어땠는지, 텀블벅을 왜 계속 이용하는지, 본인들만의 노하우까지 요목조목 물어봤습니다. 개성 넘치는 기획의 독립출판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정독을 추천합니다.

나의 첫 텀블벅

“실물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책의 취지만으로 펀딩을 했는데, 반응이 적지 않게 성공적인 모금액으로 마무리 된 사례를 보았어요.”

Q. 텀블벅을 처음 이용하게 된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요?

비공식 : 원래 운영하는 소와다리 출판사는 오프라인 서점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상업 출판사인데요, 비공식 출판공방의 경우 안 팔릴 것 같은데 꼭 만들어보고 싶던 출판물을 텀블벅으로 내고 있어요. 언젠가 해야겠다 싶던 출판물들이요.
비공식 출판공방의 첫 프로젝트 <라 모드 빠리지엔느 : 빠리의 유행>
그렇게 처음 기획한 프로젝트는 19세기 중반 프랑스 유행 패션을 총망라한 <라 모드 빠리지엔느 : 빠리의 유행>이라는 아트북입니다. 시대물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드레스에 관심이 많아 자료를 많이 모아두었는데, 어느 날 이걸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1천 페이지가 넘는 올 컬러 벽돌책이라 1천만 원이 넘게 드는 제작비 문제로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요. 그러다가 텀블벅에서 후원을 받아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아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쪽프레스의 첫 프로젝트 <1쪽짜리 책을 읽어요>
: 첫 프로젝트는 2016년 3월 29일부터 2016년 5월 28일까지 진행한 <1쪽짜리 책을 읽어요>입니다. 취미로 시작을 할 때여서 출판사를 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요, 결정적으로 펀딩을 결심하게 된 사례는 2015년에 ‘뒤로 매거진’의 프로젝트였어요. 거기서 실물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이런 책을 만들거야 라는 취지만으로 펀딩을 했는데, 반응이 적지 않게 성공적인 모금액으로 마무리됐어요. 그 사례를 보고 펀딩 해볼 만하겠다 싶었죠.
Q. 첫 펀딩 준비할 때 요령이 따로 있었나요?
비공식 : 공부를 많이 했어요. 우선 잘 된 케이스를 봐야죠. 그리고 거기에 달린 유저들의 커뮤니티 반응을 많이 살펴보았어요. 대략적인 연령대나 취향을 파악할 수 있었죠. 텀블벅에 어떤 분들이 적극 참여를 하는지 짐작해 보았어요. 커뮤니티에 불만스러운 점, 좋았던 점을 상세하게 의견을 제시해 줘요. 이때 어떤 것은 하고 어떤 것은 안 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어요.
: 리워드 설정이나 펀딩 기획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이드를 찾아보았어요. 텀블벅 콘텐츠도 있고 다른 출판사의 진행 사례들을 많이 참고했어요. 이런 리워드를 했구나, 이 정도 기간을 하는구나 많이 살펴보면서 공부했던 것 같아요. 특히 리워드의 경우, 도서 가격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더 추가적으로 실물이 아닌 후원자들과 대면으로 소통하거나 선물할 수 있는 이벤트 등을 많이 참고했던 것 같아요.
쪽프레스 <한쪽짜리 만화를 읽어요> 프로젝트에 소개된 다양한 리워드

계속 텀블벅을 하는 이유

“홍보의 어려움을 더 느끼는 개인이나 작은 레이블이 펀딩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에 알릴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큽니다.”

Q. 텀블벅을 계속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비공식 : 크라우드 펀딩이 텀블벅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텀블벅은 다른 곳과는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덕후들의 성지? 다른 곳은 뭐랄까 시장 같다고 할까요?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처음엔 사실 말이 좋아 후원이지 판매/구매나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장사를 서점에서 하다 보니 장사꾼 마인드로 접근을 했는데,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한 번 두 번 진행을 하면서, 물론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후원자들이 구매가 아닌 후원을 하고 있구나, 다른 데는 없는, 관심 있는 프로젝트를 후원을 하고 창작자를 믿고, 응원하고, 기다리고, 결과에 대해 치하하고 질타하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구나, 나를 믿고 있구나, 나는 후원을 받고 있구나 하는 걸 정말 많이 느꼈습니다.
원래 한 번 두 번에 끝날 것이었는데, 후원자들이 다음 펀딩은 언제 나오냐고 기다리시더라고요. 기다리고 성원하는 사람들을 배신할 수 없어서 본업보다 텀블벅을 더 많이 하고 있네요.
비공식 출판공방의 첫 프로젝트 <올드 빠리 패션북, 라 모드 빠리지엔느 : 빠리의 유행> 표지 샘플 업데이트 게시글에 달린 응원글
: 펀딩 결과와 무관하게 홍보 효과가 크다고 느낍니다. 실제로 펀딩 때 큰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오히려 출간 이후 반응을 얻은 도서도 적지 않습니다. 홍보의 어려움을 더 느끼는 개인이나 작은 레이블이 펀딩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큽니다. 특히 그림책, 그래픽 노블이 이후 반응이 좋은 편이었어요. 텀블벅에서는 반응이 적었는데, 실제 책이 나왔을 때는 꾸준히 나가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후원자들이 전달을 받고 개인 sns에 홍보하기도 해요. 그러면 그 반응들을 보고 텀블벅에서 후원하지 않고 망설였던 분들이 추후에 관심을 가지고 오프라인 마켓이나 스튜디오에 오셔서 실물을 보고 구매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텀블벅에는 저희를 모르는 분들도 계속 유입이 되어서 홍보가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일희일비하지 않고, 같이 걸어가기

”제작 과정을 다 아니까, 그렇게 만들어진 선물에도 애착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오히려 서운해하시더라구요.”

Q. 나만의 텀블벅 펀딩 노하우가 있나요?

: 펀딩은 첫걸음이지 마지막 걸음이 아니라는 걸 명심하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해요.
앞에 설명한 것처럼, 저희 그림책은 텀블벅에서의 반응 보다 이후 정식 출간하고 나서 반응이 좋았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펀딩 결과에 따라 프로젝트를 멈추는 경우를 보았어요. 본인이 예상한 금액보다 아쉬워서. 텀블벅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은 결과에 따라 쉽게 낙담하는 경우가 많아요. 내 작품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안 좋다고 모든 시장에서 안 좋은 것도 아니고, 여기서 좋다고 모든 시장에서 좋은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기 작업을 계속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펀딩 이후에도 오프라인 활동들을 이어가는 쪽프레스
자기 작업은 계속 본인이 끌고 가는 거고, 텀블벅은 남들에게 공유하고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수단의 하나 인거죠. 그런데 거기에 좌지우지 흔들리면 오래 작업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면, 더 많은 걸음을 갈 수 있으니까. 아직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후원을 해주신 분이 아주 적더라도 시작하고 소개하는 의미로서도 충분히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텀블벅은 아이디어는 있는데 자금적인 부분에서 해결이 안 되어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후원을 받는 곳이잖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 아이디어도 드러나지 않아요. 거기에 자신의 기획을 소개하고 리워드를 구성하고 알리는 것 자체가 큰 첫걸음인 거죠. 그러다 우연히 본인의 기대보다 더 큰 결과로 왔을 땐 정말 강력한 에너지가 되기도 하는 거고요.
비공식출판공방의 노하우는 어떤 것이 있나요?
비공식 : 제 비밀 노하우는 바로, ‘후원자와 친해지기’입니다. 그래서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프로젝트에 관한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 제작 과정 등을 후원자에게 공지합니다. 후원자에게 제작에 참여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인데요. 사실상 텀블벅 펀딩도 투자나 다름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후원자가 의견을 내면 가급적 반영 하려고 하고, 그 과정을 공개해 같이 만드는 느낌이 들도록 합니다. 표지 디자인 최종안을 올리고, 제본 나온 것도 공유하고, 인쇄, 감리 다녀온 소식을 나누고 나면 같이 인쇄소 갔다 온 기분이라고 하세요. 이런 소통도 후원에 포함되는 서비스라고 생각을 하고 의무적으로 하고 있어요.
비공식 출판공방 두번째 프로젝트 <라 로브 스띨 앙삐르:엠파이어 실루엣 1800-1820>에 올라온 업데이트 소식들
소통하다 보면 커피 마시면서 일하라고 커피 기프티콘 보내주시거나 참고 자료 사라고 도서상품권 보내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눈물이 나더군요. 그리고 제작 과정을 다 아니까, 그렇게 만들어진 선물에도 애착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오히려 서운해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깨달은 건 텀블벅은 마음입니다. 창작자와 후원자 사이의 마음. 어떻게 보면 후원자와 창작자는 돈과 선물을 준다는 딱딱한 관계인데, 엄연히 책임이 따르는 공적인 관계죠. 그런데 과정을 공유하며 차근차근 프로젝트를 쌓아가고 정말 친밀한 관계가 되면, 나중엔 보지도 않고 프로젝트가 열리면 후원을 해주세요. 텀블벅에서 후원자 팔로워 1천 명 정도 모으면 정말 어떤 프로젝트라도 같이 만들 수 있습니다.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프로젝트 소개는 이미지 중심으로 해야 해요. 핸드폰처럼 작은 화면으로 깨알 같은 글을 읽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Q. 텀블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분들에게 조언해주실 수 있나요?

: 제3자의 시선으로 프로젝트가 흥미로운지 본다면 더 탄탄한 프로젝트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창작자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작품을 당연히 좋게 보아요. 그래서 더 남한테도 그게 좋은지 남이 보았을 때 어떨지를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가 만든 작품이 남한테도 좋으려면 작가로서 객관적으로 떨어져서 볼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작가의 경우 퇴고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런 과정을 거쳐야 프로젝트가 더 탄탄해지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쪽프레스
비공식 : 이번엔 좀 더 실용적인 꿀팁 남겨봅니다. 프로젝트 소개는 이미지 중심으로 해야 해요. 핸드폰처럼 작은 화면으로 깨알 같은 글을 읽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큰 제목과 이미지로만 소개한다 생각하고 설명을 두 줄로 줄여보세요. 짧게 설명하기 힘들다면 단을 나누고 중간에 이미지를 넣어보세요. 단, 이미지에 글자가 들어가면 컴퓨터 화면으로는 괜찮지만 핸드폰에서는 읽기 어려우니 중요한 정보는 꼭 텍스트로 입력하세요.
그리고 시리즈물을 기획해 보세요. 일관된 주제, 관심 분야로 연속하여 펀딩을 진행하면 지난 펀딩 후원자가 그다음 후원자가 되고 선물 구성도 점점 다양해져서 후원 금액도 늘어나며 창작자 자체를 브랜드화할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SNS 홍보는 트위터가 효과적입니다!
비공식 출판공방의 <로브 로망띠끄 1823~1845> 로맨틱 시대의 드레스 프로젝트 도입부 작성 내용

마지막으로 올해도 텀블벅 진행하시나요?

: 레이블 goat의 첫 프로젝트였던 오카자키 교코의 단편집을 상반기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치와와>라는 이름의 단편집입니다.
비공식 : 중세 유럽 복식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책을 만들 때 그 당시 작성된 자료로 본문을 구성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요, 1천 년도 더 오래된 옛날이다 보니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시간이 조금 거릴 것 같아 걱정입니다. 하지만 조금씩이나마 남아 있는 자료를 최대한 모아 흥미롭게 구성할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동서양의 신비로운 책을 발굴해서 소개할 계획이고요.
두 창작자님의 다음 프로젝트가 기대되시나요? 아래 프로젝트 보러가기를 통해 ‘팔로우’해보세요! 다음 펀딩이 오픈될 때 알림을 바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쪽프레스
쪽프레스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블로 콘텐츠에 기반한 여러 형태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2018년부턴 ‘쪽’이라는 이름에 담기지 않는 묵직한 콘텐츠를 ‘고트’라는 이름으로 전개합니다.
@jjokkpress / jjokkpress.com
비공식 출판공방
비공식 출판공방은 앤티크 빈티지 레트로 스팀펑크 근대 덕후인 창작자가 아내 몰래 운영하는 비밀 출판 실험실입니다. “너 이런 책 없지? 난 있다”를 핵심 가치를 추구하며 점잖은 출판사에서는 사장님이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모험적 콘셉트의 책을 만듭니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공식적으로 ‘소와다리’라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sowa.dari
<텀.잘.알의 조언> 두 번째 편 잘 읽으셨나요? 어땠는지 간단하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더 나은 크리에이터 채널 운영에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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